강제추행죄 폭행·협박 기준 변경된 대법원 판례 정리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

강제추행죄 폭행·협박 기준 변경된 대법원 판례 정리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

 

한 남성이 자신의 조카에게 여러 차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청소년 피해자는 이 행위가 강제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가해자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며 강제성을 부인했습니다. 과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2023년 9월,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에 관한 기존 해석을 뒤집는 중요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습니다.

 

폭행·협박의 의미가 바뀌다: 사건의 시작

친족 관계에서 발생한 이 강제추행 사건은 단순한 형사 사건을 넘어 강제추행죄의 본질적 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 중 일부만 인정하며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다”고 주장했고, 이에 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있게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법원은 강제추행죄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판단해왔습니다. 첫째는 ‘폭행·협박 선행형’으로, 먼저 폭행이나 협박을 가한 후 추행하는 경우입니다. 둘째는 ‘기습추행형’으로, 갑자기 상대방의 신체를 접촉하는 방식의 추행입니다. 특히 ‘폭행·협박 선행형’에서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적용되어 왔습니다.

 

기존 판례의 문제점과 재검토 필요성

그런데 기존 기준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성범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친족 관계나 상하 관계에서는 명시적인 폭행이나 협박 없이도 상대방이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공포나 수치심으로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현실과 기존 법리 사이의 괴리를 인식하고,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연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높은 기준이 모든 강제추행 사건에 적합한지, 피해자 관점에서 정의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심도 있게 검토한 것입니다.

 

기존 판례의 한계점

  •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강제추행 상황을 포괄하지 못함
  • 피해자의 취약한 상황이나 관계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함
  • 법원 실무에서는 이미 폭행·협박 요건을 완화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음
  • 피해자 보호와 법적 안정성 사이의 균형 문제

 

대법원의 판단: 법리 변경의 핵심 내용

2023년 9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한 기존 법리를 변경하는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변경된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필요가 없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폭행: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면 충분함
  • 협박: 일반인이 보기에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 고지면 충분함

 

이는 ‘폭행·협박 선행형’과 ‘기습추행형’을 구분하던 기존 접근법에서 벗어나, 모든 강제추행 사건에서 구체적 상황과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반복되는 친족 간 추행의 경우 명시적인 물리적 폭력이 없더라도 관계의 특수성과 권력 불균형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체적 상황의 종합적 고려

새로운 판례는 강제추행 사건을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행위의 목적과 의도
  • 행위의 구체적 태양과 경위
  • 행위 당시의 객관적 상황
  •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 피해자가 느낀 공포와 고통의 정도
  • 피해자의 대응 양상

 

이처럼 법원은 단순히 물리적 폭력의 강도만이 아니라, 행위가 이루어진 전체 맥락과 관계적 특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겠다는 방향으로 법리를 발전시켰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시겠습니까? 단순히 물리적 폭력의 존재 여부만으로 강제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판결의 실질적 의미와 영향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단순한 법리 변경을 넘어 성범죄 피해자 보호와 형사사법 체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주요 영향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피해자 관점의 강화

기존 법리는 ‘폭행·협박이 얼마나 강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새로운 법리는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서 자유의사가 제압되었는가’를 더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이는 피해자의 경험과 상황을 더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접근법입니다.

 

가령, 가족 관계 내에서 발생한 추행의 경우 명시적인 폭력 없이도 가해자의 권위나 영향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제 법원은 이러한 관계적 맥락을 더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리와 실무의 정합성 제고

사실 하급심 법원에서는 이미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 요건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공식 법리와 실무 사이에 괴리가 있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실제 재판 현장에서 적용되던 기준을 공식 법리로 승인함으로써 법리와 실무 사이의 괴리를 해소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로써 보다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형사사법 처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사례로 이해하는 변경된 기준

이번 판결의 의미를 구체적인 사례로 이해해 봅시다. 예를 들어:

 

직장 내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명시적인 폭력이나 위협 없이 추행한 경우, 기존에는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없어 강제추행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변경된 기준에서는 직장 내 권력 관계, 업무 환경, 피해자의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강제추행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정 내에서 친족 간 발생한 추행의 경우, 가족 관계의 특수성과 가정 내 권력 구조, 의존성 등을 고려하여 명시적인 폭력이 없더라도 강제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법리 변경의 판단 이유와 근거

대법원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법리를 변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법리 변경의 주요 근거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법문 해석의 문제

형법 제298조는 단순히 ‘폭행 또는 협박’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도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같은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다른 범죄(예: 폭행죄, 협박죄)와의 법체계적 해석 일관성을 고려할 때, 강제추행죄에서만 특별히 더 강한 폭행·협박을 요구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회적 인식과 법의식의 변화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의식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과거에는 강제추행을 단순한 ‘성적 불쾌감’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현대 사회는 이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인식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법해석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법원의 해석도 변화해야 할까요? 아니면 전통적인 법해석 원칙을 더 중시해야 할까요?

 

국제적 기준과의 정합성

많은 국가들이 이미 성범죄에서 피해자 중심적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국제인권기준도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법해석을 지향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판결 이후의 과제와 전망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제추행죄 해석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지만, 이에 따라 새롭게 제기되는 과제와 쟁점도 있습니다.

 

사례별 구체적 기준 정립의 필요성

변경된 법리는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별 사례마다 맥락을 세심하게 검토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향후 하급심 법원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더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판단 기준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 내 성추행, 교육기관 내 성추행, 친족 간 성추행 등 각각의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맥락적 요소는 무엇인지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범죄와의 경계 설정

‘폭행 또는 협박’ 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강제추행죄와 단순추행죄(형법 제3조)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법원은 향후 두 범죄 사이의 명확한 경계 기준을 제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판결의 의의와 핵심 요점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재정립함으로써 성범죄 판단의 패러다임을 전환했습니다. 이 판결의 핵심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폭행·협박의 정도: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필요 없이,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해악의 고지면 충분함
  • 맥락적 접근: 행위의 목적, 태양, 당시 상황, 관계, 피해자 반응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
  • 법리의 일원화: ‘폭행·협박 선행형’과 ‘기습추행형’ 구분에서 벗어나 일관된 기준 적용
  • 피해자 중심적 접근: 피해자의 경험과 상황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

 

이번 판결은 강제추행 사건을 판단할 때 단순히 물리적 폭력의 존재 여부나 강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행위가 발생한 전체적 맥락과 피해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적 판단이 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형사법 해석에 있어 사회변화와 법의식 발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성범죄 사건 판단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폭행과 협박의 의미를 더 실질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피해자 보호와 정의 실현이라는 형사법의 근본 목적에 한 걸음 더 다가선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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