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추행 발생 시 회사도 책임진다? – 직장 내 성범죄와 회사의 사용자 책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동료나 상사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나 성적 발언을 경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 씨는 회식 자리에서 상사인 이 부장으로부터 심각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는 성추행을 한 직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회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2016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2016노460)은 이러한 질문에 중요한 답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 판결은 회사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어 직장 내 성범죄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사건 개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 사건에서 원고(피해자)는 회사 직원인 피고 이○○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자는 가해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 회사는 해당 불법행위가 업무 수행과 무관하며, 회사는 예방교육 등 모든 주의의무를 다했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용자 책임이란 무엇인가요?
이 사건의 핵심은 ‘사용자 책임’이라는 법적 개념입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면 회사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법원은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 업무 관련성 인정: 피고 직원의 성추행 행위가 회사의 업무 수행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회사 내에서 또는 회사 업무와 관련된 자리(회식 등)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사무집행에 관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예방교육의 한계: 회사가 단순히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다는 것만으로는 성범죄 방지를 위한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해자의 인식: 피해자가 해당 행위가 업무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 직원과 회사가 공동으로 4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 판결은 직장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피해자에게는:
-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가해자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 이는 피해 보상의 현실적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개인보다 회사가 배상 능력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 회사가 책임을 인식하게 되면 내부 조사와 후속 조치가 더 철저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회사에게는:
- 단순한 형식적 성희롱 예방교육만으로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실질적인 예방 시스템, 신고 절차, 사후 조치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 직원들의 행동에 대해 회사도 책임이 있으므로 조직 문화를 건전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일반 직장인에게는:
- 직장 내 성범죄는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조직적 책임’이 따르는 문제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 부적절한 행동이 회사에도 큰 책임과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회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 판결을 바탕으로 회사가 취해야 할 조치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실효성 있는 예방 교육: 단순한 의무 이행이 아닌, 실제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정책: 직장 내 성희롱·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 신고 및 조사 시스템: 피해자가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체계와 공정한 조사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 적절한 사후 조치: 가해자에 대한 징계,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등 후속 조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건전한 조직 문화 조성: 상호 존중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론: 성범죄 예방은 모두의 책임입니다
2016노460 판결은 직장 내 성범죄 문제에 있어 회사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법적 책임을 묻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직장 내 성범죄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직장 내 성범죄는 가해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와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알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회사는 단순한 형식적 조치가 아닌 실질적인 예방과 대응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안전한 직장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때, 비로소 이러한 불행한 사건들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직장 내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혼자 참고 넘기지 마시고 회사의 고충처리 담당자, 국가인권위원회, 노동청 등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