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중 헤드락은 강제추행? 대법원 판례 분석과 판단 기준”

직장 회식자리, 한편에서는 웃음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갑자기 불편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회사 대표가 여성 직원의 머리를 팔로 감싸 안으며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소위 ‘헤드락’ 행위를 했습니다. 가벼운 장난일까요, 아니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강제추행일까요? 이러한 경계선상의 행동이 법정에서 어떻게 판단되는지 2020도7981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회식자리에서 벌어진 ‘헤드락’ 사건

2020년 12월, 대법원은 한 회사 대표가 27세 여성 직원에게 행한 ‘헤드락’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건은 평범한 회식자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회사 대표인 피고인은 여성 직원의 머리를 팔로 감싸 안은 뒤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고, 이어서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치고, 머리카락을 잡아 흔들며, 어깨를 치는 등의 행동을 했습니다.

언뜻 보면 ‘장난’이나 ‘친근감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는 이 행동이 법정에서는 심각한 법적 쟁점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러한 신체 접촉이 단순한 장난인지, 아니면 성적 의도를 가진 ‘추행’인지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법적 쟁점: 헤드락은 강제추행인가?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이 필요할까요? 법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합니다.

  •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행위일 것
  • 성적인 의도(고의)를 가지고 행한 추행 행위일 것

특히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자신의 성적 행위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누구와 어떤 성적 접촉을 할지, 하지 않을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것이죠.

추행의 고의와 객관적 정황

이 사건에서 가장 논쟁이 된 부분은 피고인의 ‘고의’ 부분이었습니다. 피고인은 단순히 친근감의 표현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대법원은 추행의 고의는 반드시 피고인의 주관적 의사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행위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피고인이 “나는 성적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행위의 성격, 접촉 부위, 행위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죠.

대법원의 판단: 회식 자리의 ‘헤드락’에 대한 법적 해석

1, 2심 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원심(하급심)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성적인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헤드락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해자를 팔로 감싸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 행위는 그 자체로 성적 함의를 가질 수 있음
  • 피고인이 회사 대표로서 권력 관계의 우위에 있었고, 피해자는 항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
  • 피해자의 주관적 성적 수치심 외에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성적 도덕관념에 위배되는 행위였음

흥미로운 점은 대법원이 “회식자리라는 특수한 상황, 피고인의 지위, 피해자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직장 내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 접촉의 경우, 단순한 ‘장난’이나 ‘친목 도모’라는 주장만으로는 면책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장 내 신체 접촉의 경계: 어디까지가 허용되는가?

이 판례는 직장 내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신체 접촉에 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여러분도 한번쯤 직장에서 “그냥 친해서 그런 건데…”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어디까지가 ‘친근함의 표현’이고, 어디서부터가 ‘추행’일까요?

직장 내 권력 관계와 성적 자기결정권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직장 내 권력 관계에서는 단순한 신체 접촉도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회사 대표와 같이 지위가 높은 사람의 행동은 일반 동료 간의 행동보다 더 신중하게 판단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같은 헤드락 행위라도 동등한 관계의 친구 사이에서 발생한 것과, 회사 대표가 여성 직원에게 행한 것은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항거 곤란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회식 문화와 법적 책임의 변화

이 판례는 한국의 회식 문화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전통적으로 회식 자리에서는 다소 격식 없는 행동이 용인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행동에도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회식 자리에서의 신체 접촉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요? 이 판례가 알려주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 없는 신체 접촉, 특히 성적 함의를 가질 수 있는 접촉은 언제 어디서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판례의 의의와 실무적 시사점

이 대법원 판례는 단순히 한 건의 사건 해결을 넘어,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직장 내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적 침해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 직장 내 상하관계에서는 단순한 신체 접촉도 성적 침해가 될 수 있음
  •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보다 객관적 정황과 피해자의 상황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함
  • 회식과 같은 비공식적 자리에서도 법적 책임은 유효함

이 판례 이후, 직장 내 신체 접촉에 대한 법적 판단은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과 조직의 구성원들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자제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존중받는 직장 문화를 위한 새로운 기준

대법원의 2020도7981 판결은 단순히 ‘헤드락’이라는 특정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한 것을 넘어, 직장 내 권력 관계에서의 신체 접촉에 관한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판례는 성별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의 존엄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의 ‘장난’이나 ‘친근한 행동’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신체 접촉도 상대방의 동의가 없다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직급이나 권력의 차이가 있는 관계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결국 이 사건을 통해 확인된 것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서도 서로의 경계와 동의를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