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위력 성추행 기준: 대법원 판례로 알아보는 업무상 위력의 판단 방법”

직장 내 위력 성추행 기준 대법원 판례로 알아보는 업무상 위력의 판단 방법

 

직장에서 경력직 사원과 신입사원. 단순한 선후배 관계로만 볼 수 있을까요? 직장 내 성추행 사건에서 ‘업무상 위력’의 의미는 단순히 직급 차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형식적인 직위보다 ‘실질적인 영향력’이 중요하다는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업무상 위력’이 인정되는지,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실제 사례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직장 내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의 실제 사례

경력직으로 입사한 고씨는 회사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잡은 상태였습니다. 같은 부서에 신입사원 B씨가 배치되었고, 고씨는 업무를 가르쳐주는 관계로 B씨와 자주 접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씨는 이 관계를 악용해 B씨에게 음란물을 보여주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반복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B씨는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사건은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검찰은 고씨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B씨를 추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쟁점은 명확했습니다. 경력직인 고씨와 신입사원 B씨의 관계가 과연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인지, 그리고 고씨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죠.

 

법원의 판단 과정: 1심부터 대법원까지

1심과 2심의 판단

1심과 2심 재판부는 의외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두 재판부 모두 “고씨가 경력직이긴 하지만, 인사권이나 업무 평가 등 B씨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업무상 위력을 부정했습니다. 단순히 경력이 많다고 해서 ‘업무상 위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었죠. 결과적으로 고씨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의 새로운 기준 제시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B씨가 신입사원으로서 고씨의 업무 지시를 받는 관계였으며, 고씨가 이러한 관계를 이용해 B씨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한 상태에서 추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직급이나 공식적인 권한보다는 ‘실질적인 관계’와 ‘현실적인 영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일치하며,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할 때 고씨의 행위는 추행으로 인정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업무상 위력의 판단 기준: 무엇이 바뀌었나?

이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업무상 위력’에 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기존에는 직급이나 공식적인 권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의사결정에 제약을 받았는지 여부
  • 가해자가 피해자의 업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 피해자가 가해자의 지시나 평가에 의존하는 관계인지
  • 회사 내 문화와 구조적 특성
  • 피해자의 취약성(신입사원, 계약직 등)

 

이는 형식적인 위계질서가 아닌 실질적인 권력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팀의 선배와 후배, 프로젝트 리더와 팀원, 심지어 동료 사이에서도 업무상 위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중요성

이 판결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은 별도의 반증이 없는 한 유효하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성범죄는 대부분 밀폐된 공간이나 둘만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직장에서 공식적인 상사가 아닌 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한다면, 그것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까요?

 

직장 내 성추행 판단의 실제적 적용

추행 행위의 객관적 판단 기준

법원은 성추행을 판단할 때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인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고씨가 B씨에게 음란물을 보여주고 성적 언행을 한 것은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뿐만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도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행위인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회사 내 장난’ 또는 ‘친밀감의 표현’이라는 가해자의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실제 적용되는 법률 조항과 처벌

이 사건에 적용된 법률은 형법 제299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입니다. 업무, 고용 관계에서 위력이나 위계를 이용해 추행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에 따라 더 무거운 처벌(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직장 내 성추행은 명시적인 폭행이나 협박보다는 ‘권력 관계’를 이용한 경우가 많아 제299조가 적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판결의 의의와 시사점

2019도9872 판결은 직장 내 권력 관계에서의 성범죄를 엄격히 평가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한 직급이나 공식적 권한이 아닌, 실질적인 영향력과 피해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업무상 위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확히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직장에서는 공식적인 상하관계가 아니더라도, 업무 경험이나 전문성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그 관계를 이용한 성추행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판결은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공식적인 직급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했던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판례인 것이죠.

 

결국 이 판결은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 기준을 확장하고, 직장 내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과 경험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도록 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직장 내 성범죄의 판단에 있어 형식보다 실질을, 직급보다 관계의 본질을 중시하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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